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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태리 여행 기록 : 피렌체 마지막 날, 나폴리 가는 길, 썬 호스텔

by 태풍이분다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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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마지막 날

       피렌체에서 일정을 마치고, 오늘 오후 1시에 시외버스를 타고 나폴리로 이동한다. 

7시에 접선신호가 온다. 준비하고 주방으로 가서, 각자 알아서 식사준비를 한다. 남은 식재료를 다 먹고, 남은 것들은 호스텔에 두고 가기로 정했다. 빵에 치즈와 쨈을 발라 먹으면서, 조금 남겨둔 와인을 마시면서 식사를 한다. 와인이 떨어져서 마트에 가서 시원하게 냉장된 500cc 덴마크 맥주 1캔을 2유로에 구입한다. 알코올함량은 10%이다. 거의 와인 수준이다. 식당으로 오니 원영이는 퇴실준비를 하러 숙소로 올라갔다. 원영이는 클래식을 좋아하고, 나는 뽕짝을 좋아한다. 핸드폰을 꺼내어 유튜브를 켜고, 볼륨을 작게 하고, 천천히 맥주를 마시면서 뽕짝을 듣는다. 음악의 나라, 낭만의 나라,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서 뽕짝을 들으니 기분이 더 좋아진다. 10시 20분에 체크아웃을 하면서, 캐리어를 컨시어지에 맡기고, 숙소 근처에 있는 작은 성당이지만, 브루넬레스키가 내부 인테리어를 했다는 성당을 관람하러 간다. 성당 외부는 낡고 오래됐지만 성당 내부에는 유화로 그린 성화도 많고, 장식들의 수준이 대단하다. 이태리 성당의 큰 특징은 아주 높고 큰 돔이 있다. 갑자기 이렇게 멋자진 돔의 성당에서 성가대가 찬양을 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가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의 녹음을 켜고, 작은 소리로 내가 좋아하는 찬양을 작은 소리로 불러서 녹음을 한다. 원영이가 다가와서 갈 시간이라고 하여 아쉬움을 뒤로하고 성당을 나선다. 

       

       11시에 산타 모나카 호스텔에서 캐리어를 찾아서 젤라토 가게 앞에 있는 C4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피렌체에서 마지막으로 젤라토를 먹고 가려고, 젤라토 가게에서 내가 제일 맛나게 먹은 리코타치즈와 배를 조합해서 만든 젤라토를 콘에 주문하여 원영이와 같이 맛나게 먹는다. C4 버스를 타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하차하여, T1 트램으로 환승하여 시외버스 터미널로 간다. T1 트램의 종점이 시외버스 터미널이라 마음이 편하다. 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캐리어 두 개와 배낭을 멘 우리는 조심스럽게 이동을 하여 조금 승객이 없는 곳으로 이동을 한다. 

 

 

나폴리 가는 길

         트램에서 내리니 가까운 곳에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다. 오후 1시에 나폴리행 "프릭스 버스" 맨 앞의 두 좌석을 웃돈을 주고 예약했지만, 기차의 1/3 가격이라고 한다. 나와 원영이는 맨 앞 좌석에 앉아서 구경하면서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나폴리까지 약 6시간 걸린다. 시간이 있어서 터미널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또다시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서 마셨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1시 10분 전에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1시가 지나도 나폴리행 버스가 안 보인다. 불안한 마음에 내 옆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시뉴어리따에게 물어보니, 좀 늦는 경우도 많다고 하여 마음이 좀 놓인다. 그래도 긴장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1시 14분에 버스가 도착한다. 캐리어를 짐칸에 넣고,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해서 나폴리로 간다.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것이 아니고, 배낭여행이라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니 힘이 들지만 그래도 즐겁고 순간순간 짜릿하다.

 

      1시 24분에 출발한다. 버스에 기사 2명이 탑승해서, 한 사람은 기사 뒷자리에 앉아서 편히 쉬고, 다른 한 기사가 능숙하게 운전을 한다. 원영이 말에 의하면 스위스에서 밤새 달려서 오는 버스라고 한다. 그래서 기사 2명이 교대로 운전을 하는 것이다. 한참을 가다가, 휴게소에서 10분 정차한다고 기사가 멘트를 한다. 나는 이태리의 휴게소 구경을 하고 싶어서 내리고, 원영이는 샌드위치를 먹는데 기사가 차 안에서 먹으면 안 된다고 하여 내려서 먹는다. 휴게소 입구에 들어가는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장치를 통과하여 들어가니, 음식보다는 잡다한 물건을 많이 팔고 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가려고, 출구 표시를 따라가니, 휴게소를 한 바퀴 돌아서 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옆에는 맥도널드 건물이 따로 있다. 

 

     혹시라도 나를 두고 버스가 출발하면 타국에서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서둘러 버스를 찾아서 탔다. 이제는 여유 있고, 점잖게 앉아서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에 기사 1명은 음식물이 들은 봉투를 들고, 또 다른 1명은 피자 1판을 가지고 탄다. 봉투를 들고 탄 기사는 버스 선반에 음식물이 든 봉투를 신중하게 잘 보관하고 운전을 시작한다. 잠시 후 피자를 가지고 탄 기사는 운전석 옆의 계단에 있는 보조의자를 펴더니 앉아서 피자를 아주 맛나게 먹는다. 자기들은 먹어도 되고 승객들은 먹으면 안 되는 법칙이다. 나와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사이므로, 이해는 가지만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기사가 피자 먹는 모습이 버스 유리에 비치는 모습을 기사 몰래 사진 찍는다. 혹시라도 기사가 알면 초상권 침해로 나를 고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행스럽게 기사 갑질의 증명거사진을 내가 찍은 것을 모르는 눈치이다. 피자를 맛나게 다 깨끗이 먹어치운 기사는 증거인멸을 위해 휴지로 손을 깨끗이 닦고, 기사 뒤의 승객 자리 2인분을 차지하고 , 다리를 쭉 뻗고 누워서, 이어폰을 끼고,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다가, 피곤한지 아예 신을 벗고, 잠을 청한다. 나를 원영이는 자고 있어서 깨면 보여주려고 증명사진을 찍었다. 원영이는 코를 골면서 잔다.

 

       

썬 호스텔

       4시 50분에 로마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기사가 10분 후에 출발한다고 멘트를 한다. 로마 시외버스 터미널은 아주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화장실이 급해서 기사에게 화장실을 물어보고 찾아가니, 역시나 또 0.7유로를 내야 한다. 5유로 지폐를 지불하고, 거스름 돈을 받았다. 몇 년 전에 베트남에 갔을 때도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돈을 내고 들어간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일을 보고, 버스를 타니 피자를 먹은 기사가 곧 출발하는데 친구는 어디 있냐고 묻기에 금방 온다고 말했다. 원영이에게 전화를 하니 안 받는다. 잠시 후에 원영이가 한 손에 커피, 또 다른 한 손에는 샌드위치가 든 봉투를 들고 버스를 탄다. 5시 5분에 나폴리로 출발한다. 

 

       고속도로 주행시에 화물차나 버스, 건설장비는 정확하게 맨 끝차선으로 진행하고, 추월 시에도 추월하면 반드시 주행차선에서 운행을 한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거의 안 지키고, 덩치도 크고 위협적인 화물차들도 1차선으로 주행한다.

 

      7시 50분에 나폴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약간 친해진 운전기사와 작별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서 내린다. 나폴리 버스터미널은 지하철 역과 연계된 아주 큰 터미널이다. 가리발디 역에서 전철을 타고 우리의 숙소인 썬 호스텔로 가야 한다. 전철을 타기 전에 마트에 가서 저녁으로 먹을 와인 및 치즈, 빵을 조금 샀다.

 

      피렌체에서는 교통티켓이 1.7유로인데, 나폴리는 1.3유로이다. 전철역이 엄청 커서 마치 광장에 와있는 느낌이다. 이태리 사람들은 두더지처럼 땅도 잘 판다. 가리발디 역에서 3번째 역인 무니치피오 역에서 내린다. 호스텔 방향으로 나가서 오로지 구글 지도에 의하여, 골목골목을 지나 호스텔을 찾아간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감탄하며 간다. 드디어 썬 호스텔을 찾았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므로, 엘리베이터가 4인승으로 아주 작다. 캐리어 2개와 배낭을 멘 두 사람이 타니 꽉 차서 움직일 수 없다. 7층에서 내려 호스텔에서 체크인하고 2층 침대 2개인 4인실을 배정받았다.

짐을 풀고 공용주방에서 준비한 저녁을 먹으면서, 와인 안주로 버스기사를 먹고, 내일의 일정을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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