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 카
오늘은 피렌체공항에 있는 헤르츠 렌터카에 예약한 차를 가지고, 루카와 피사에 다녀올 예정이다.
오늘은 흐리고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가 됐는데, 아침에는 날씨가 좋다. 9시에 차를 예약했으므로 여유 있게 7시 30분에 숙소에서 나와 젤라토 가게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C4버스를 타고 승차권을 개찰기에 넣으니 찍하는 소리가 나면서 티케이 나온다. 티켓에는 현재 시간에 90분이 더해진 시간이 찍혀 나온다.
티켓이 있어도 개찰기에 통과하지 않으면 부정승차로 간주된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는 T1, T2 2개의 트램이 다닌다. 역에 도착하여 트램으로 환승하여 피렌체공항으로 간다. 1회용 티켓은 90분 동안 사용가능하며, 우리는 C4버스에서 체크를 했으므로 트램으로 환승을 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무임승차를 하는데, 운행 중에 불시에 2명의 검사원이 승차하여 표를 검사한다. 무임승차로 걸리면 50유로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탄 트램에도 중간에 검사원이 타서 검사를 하는데 젊은 남자가 무임승차로 걸려서 잡혀가는 것을 보았다.
피렌체공항 역에 도착하여 렌터카 회사를 찾았으나 못 찾았다. 우리나라의 렌터카 회사들은 공항 근처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샤틀버스를 타고 5분 정도 가야 하는 것을 물어물 어서 알았다. 우리가 예약한 헤르츠 렌터카에 도착하여 예약번호를 알려주고 확인을 하니 내 영문이름이 여권과 달라서 차를 줄 수 없다고 직원이 말한다. 우리는 부킹닷컴에서 한글 이름으로 예약을 했는데, 내 여권의 영문이름과 다르게 나온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일단 예약한 것을 취소하고, 현장에서 등록하여 차를 빌리는데 비용이 2배로 들었다. 차는 JEEP 브랜드의 COMPASS 4륜구동의 오토이다. 차에 3군데의 스크레치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서류에 서명하고, 차키를 받고, 지정된 주차장에 가서 차를 찾았다. 처음 운전하는 브랜드의 차라, 승차하여 이것저것 조작을 하고, 시트도 내 몸에 맞추고, 백미러도 조정했는데 결정적으로 내비게이션 사용방법을 잘 몰라서 핸드폰의 구글내비를 켜고 운행을 하기로 정했다. 원영이는 유럽에서 운전을 많이 했지만 나는 처음이라, 도로의 상태나 교통표지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좀 고생했다.
루카
루카는 이태리 중북부의 토스카나주에 속한 도시로 약 4킬로의 둘레가 성벽으로 에워싸여 있다. 리구리아인이 정착하면서 시작된 루카의 역사는 기원전 180년경 로마의 지배에 들어갔다가 1860년 이탈리아 왕국에 합병되었다. 루카가 유명해진 배경은 작곡가 푸치니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이면 온 도시에 " 라 보엠"의 선율이 울려 퍼진다. 후기 낭만파 음악의 대가로 베르디 이후 이탈리아 최고의 작곡가로 알려진 푸치니에 대한 오마주와도 같다. 루카 시내에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팔라쵸 만네르, 구이니지 탑, 산 마르티노 성당, 산 미켈레 성당 등 중세의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과거에 번성했던 도시의 영화를 말해준다.
원영이는 음악을 너무 사랑하고, 특히 푸치니를 아주 좋아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피사방향으로 가다가 빠져나와서 루카로 간다. 루카로 가는 길은 작은 마을 길로 계속 가야 하고, 설상가상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태리 도로의 중앙선 색이 하얀색이다. 차선의 흰색과 잘 구분이 안 돼서 가끔 역주행을 한 적도 있다. 물론 원영이가 옆에서 알려줘서 금방 정주행을 했다. 원영이는 네비를 보고 나에게 길을 알려주고 나는 초보운전자처럼 앞만 보고 운전을 한다. 이태리의 지방의 도로에는 로터리가 많이 있다. 한적한 도로에서는 로터리가 신호등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작은 마을 길을 계속 달려서 푸치니의 생가와 박물관이 있는 루카에 도착했다. 소낙비처럼 비가 오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태리의 관광지에는 항상 많은 관광객들이 모인다. 푸치니의 작품은 "나비부인", "토스카", "라 보엠", "투란도트" 등 많은 명곡을 남겼다. 푸치니가 72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유족들이 푸치니가 생전에 사용하던 작곡 노트와 편지, 옷, 피아노 등을 시에 기증하면서 푸치니 재단이 만들어졌고 1979년 푸치니의 생가를 박물관으로 열어 일반에게 공개했다.
푸치니의 생가와 박물관을 보고, 푸치니 동상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피사로 향한다.
피사
피사는 아르노 강과 리구리아 해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고, 토스카나주에 속한 도시이다. 로마 시대에는 군사적 요충지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11세기부터는 그리스, 콘스탄티노플 등과 활발한 무역을 통하여 베네치아, 제노바, 아말피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부를 축적한 4대 해양도시국가의 하나였다. 지중해 무역의 숙적이었던 사라센 제국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막대한 전리품을 회득했으며, 이를 토대로 웅장한 대성당과 세례당, 사탑, 납골당 등을 세웠다. 세월이 한참 흐른 오늘날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건축물들을 보려고 찾아오는 명소이다. 특히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의해 유명해진 피사의 사탑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손꼽히며 지금까지 그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다.
피사로 가려고 다시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서 고속도로에 들어가니 운전하는 것이 너무 편하다. 약 1시간 걸려서 피사에 도착하니 길이 온통 관광객들의 차로 막혀있다.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유로를 주고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았다. 이태리의 공중화장실은 0.7~1유로를 사용료로 받는다. 심지어 지하철 역의 화장실도 1유로를 받는다. 그나마 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하여도 화장실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내가 어렸을 때에는 화장실에서 돈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작은 건물이나 상가 화장실에 번호키를 달아놓은 곳도 많이 있다.
비가 많이 오는데도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다. 성당과 사탑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었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나온 피사의 사탑에 내가 서 있다. 하얀 대리석에 정교하게 조각한 아주 멋진 건축물이다. 사탑에 올라가려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한 번에 올라가는 인원의 제한이 있고, 내려온 사람 수만큼 입장을 시켜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태리의 건축물은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990년에 사탑이 붕괴 위험에 직면하자 이태리 정부는 10년에 걸쳐서 2,4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보수를 하여, 2001년부터 일반인에게 다시 공개했다.
산 조반니 세례당은 이태리의 세례당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1153년 건축가 디오티 살비가 지었으며, 이후 니콜라 피사노와 조반니 피사노가 돔 형태의 붉은색 지붕을 추가했다. 전형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을 보여주지만 그 위에 둥근 돔을 더해 고딕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다.
두오모는 11세기 사라센 제국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성당이다. 층마다 아치 기둥으로 장식한 파사드가 우아해서 피사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어느새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갈 길은 먼데 비는 주룩주룩 오니, 나그네의 신세가 답답하다. 빨리 가도 2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타고 열심히 달려서 숙소에 도착하니 9시쯤 되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쉰다. 내일도 멀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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