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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태리 여행 기록 : 렌터카 반납 연습, 시에나, 저녁 식사

by 태풍이분다 202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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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반납 연습

       아침 7시에 원영이의 접선신호가 왔다. 우리의 숙소는 2층 침대가 7개 있는 14인실이라, 아침과 저녁에는 아주 조심 스러 원서, 원영이가 내 침대에 와서 핸드폰의 플래시를 비추는 것이 공용주방에서 만나자는 접선신호이다. 옷을 입고 주방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한다. 그런데 원영이의 상태가 좀 힘들어 보인다. 빵을 굽고 계란프라이 4개, 치즈, 쨈을 준비해서 아침을 먹으면서, 원영이에게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니 역류성 식도염이 도져서 힘들다고 한다. 원영이가 국제면허를 안 가져와서 운전은 내가 해야 하므로, 와인은 안 마신다. 나는 반주로 와인을 마시는데 운전을 하므로 꾹 참는다. 먹은 것을 정리하고, 숙소에서 8시 30분에 나왔다. 내일 오전 11시까지 차를 반납해야 하는데, 내일 아침에 반납하는 것보다 오늘 밤에 반납하는 것이 시간을 세이브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어차피 내일은 나폴리로 떠나는데, 차를 반납하려고 왔다 갔다 할 여유가 없다. 그런데 렌터카 회사가 공항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위치를 정확히 알려고 렌터카 회사를 찾아가는데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겠다. 여러 번 시도했으나 잘 못 찾았고, 심지어 길을 잘못 들어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빠져나오기도 했다. 그때의 심정은 정말 막막하고, 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다 잊어버린다. 마지막 방법으로 피렌체공항에서 렌터카 셔틀버스를 뒤따라서 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공항에서 셔틀이 출발하기를 기다렸다가 셔틀을 따라가서 길을 정확히 숙지하고, 헤르츠 직원에게 오늘 저녁에 반납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저녁에도 근무를 한다고 한다. 세상의 이치는 콜럼버스의 달걀이다. 알면 아무것도 아니고, 모르면 힘들고, 화가 난다. 약 1시간을 허비하고, 고속도로를 타고 시에나로 향한다.  

 

시에나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약 50킬로 떨어진 시에나는 고대 에투루리아 인들이 정착해 살면서 도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1세기부터 약 5세기 동안 시에나공화국이 존재했을 만큼 번영을 이루었으나, 도시 개발권을 놓고 피렌체, 아레초 등과 각축을 벌이다가 1555년 토스카나 공국에 병합되어 이탈리아에 속하게 되었다. 13~14세기에는 로렌체티 형제로 대표되는 시에나 파가 등장해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예술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도시 한가운데에는 부채꼴 형태의 캄포 광장을 중심으로 시에나 대성당과 푸블리코 궁전 등 12~15세기의 건축물이 놀랍도록 잘 보존되어 있어서 중세의 향기로 가득하다. 또한 매년 여름이면 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팔리오 축제가 성대하게 열려서 이 도시를 뜨겁게 달군다.

 

       가는 길에 조용한 시골의 마을 카페에서 쉬어가기로 정하고, 피자 비슷한 빵과 커피를 주문한다. 나는 이번에도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 별 맛이 없어서, 커피 잔에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여 아메리카노로 만들었으나 그래도 내 취향은 아니다. 조용한 마을인데 손님들이 계속 드나들고, 카페 옆 상가 로또 판매점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나도 로또를 자주 사지만 5만 원 당첨된 것이 최고 금액이고, 내가 산 몇 백만 원의 로또는 꽝이다. 당첨되면 내 돈이고, 떨어진 돈은 다 도네이션이다. 나도 기부하고 사는 사람이다. 

 

      어느새 캄포 광장에 도착했다. 캄포 광장은 로마 시대에 공회당과 시장이 있던 자리에 조성한 광장으로, 과거에는 집회나 투우 경기가 열렸으며, 한때는 사형장으로 사용되었다. 부채 모양으로 퍼져있는 광장은 바닥이 편평하지 않고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광장 북쪽에는 아담과 이브,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조각된 가이아 분수가 있다. 시에나 출신의 조각가 퀘르차의 작품을 모방한 것으로 지금도 수도관을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한다. 

 

      푸블리코 궁전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만자의 탑이 상징인 건물로 1342년에 완성되었다. 505개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높이가 102미터인 탑의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캄포 광장과 붉은 벽돌로 뒤덮인 시에나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오른쪽 건물은 시청사로 쓰이며 2~3층에는 시립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에는 프레스코화가 많기로 유명하고, 특히 13~15세기 이탈리아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시에나 파 화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두오모와 산 도메니코 성당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저녁식사

        차를 반납하려면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한다. 아침에 미리 보아둔 공항 근처의 주유소에 가니, 모두 셀프 주유소이다. 원영이가 설명서를 읽은 후에 주유기 번호를 알려준다. 주유기 번호에 차를 세우고 가득 주유를 한다. 1리터에 1.82유로이다. 1유로에 1,400원으로 계산해도 휘발유 1리터에 2,500원이 넘는 금액이다. 대한민국은 천국이다.

 

       아침에 미리 연습한 경로를 따라서 헤르츠 렌터카에 차를 반납하고, 차를 렌트할 때 렌트비와 디파짓 포함하여 414유로를 지불했는데, 차를 반납하면 디포짓은 언제 입금되냐고 물어보니 오늘 자정을 넘기면 정산이 된다고 직원이 알려준다. 1유로를 아끼려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원영이는 작은 포장마차 비슷한 곳에서 와인을 마신다. 차도 반납하고, 긴장도 풀리고 하여 나도 한잔 마시면서 셔틀버스를 기다린다. 피렌체공항 역에서 트램을 타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으로 간다. 오늘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한다. 피렌체에 왔으니 유명한 숯불구이 티본스테이 크을 먹으러 간다. 원영이가 전화를 하여 예약을 하려 했으나, 예약은 안 받고 와서 줄을 서라고 한다. 트라토리아 마리오 식당에 도착하니 대기 줄이 너무 길어서 다른 가게를 찾아간다. 일전에 두오모 성당 앞에서 샴페인을 마시면서 찾은 가게가 생각이 나서 그리로 가니, 그 골목도 사람들이 북적댄다. 자리가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먹기로 정하고, 식당을 찾아서 들어간다. 주문은 원영이가 담당이다. 물 한 병에 2유로이다. 대한민국은 천국이다. 와인 1병, 티본스테이크, 송아지 고기와 샐러드를 주문한다. 한 10여분 지나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가져온다. 첫 잔은 매니저가 따라준다. 그라찌에라고 인사를 하고 원영이와 잔을 부딪친다. 이제 먹자. 송아지 고기는 처음 먹어보는데 크게 맛은 잘 모르겠다. 그냥 소고기이다. 티본스테이크는 맛있다. 오늘 아침에 렌터카 회사를 찾으려고 고생한 것을 안주로 먹으니, 고기가 많이 남았다. 원영이가 우리 담당 여자 매니저에게 5유로 팁을 주니,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내일은 나폴리로 이동하니 10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 것, 버스로 나폴리까지 이동해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가야 하는 것 등등 대화를 나눈다. 어느새 피렌체에서의 5일이 지났다. 아직도 두오모 성당은 내 가슴에 있다. 매니저에게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한다. 돈의 힘이다. 인사를 하고 나와서, 숙소로 걸어가면서 두오모 성당을 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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