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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태리 여행 기록 : 나폴리 산책, 로마로 이동, 볼보 버스 수리쎈터

by 태풍이분다 2023.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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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산책

     오늘은 가리발디 터미널에서 오후 1시 10분에 휘릭스 버스를 타고, 나폴리에서 로마로 이동한다. 

가리발디 터미널은 기차, 메트로, 버스가 다니는 복합터미널이고, 규모도 엄청 크다. 썬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에 가니, 원영이가 차를 마시고 있는데,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나도 차를 마시면서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린다. 

8시쯤 되니, 호스텔에서 숙박하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아침을 먹으러 하나둘씩 와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좁은 식당의 여기저기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들이 터져 나온다. 우리도 우리의 방언으로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 기본 메뉴인 계란 스크램블과 과일주스,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살구쨈을 발라서 우유와 함께 맛나게 먹는다. 호스텔의 장점은 호텔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서 인사하는 장점이 매우 크다. 

 

      11시에 체크아웃을 해야 하므로 서둘러서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짐을 싼다. 여행자의 짐이래야 별 것 없지만 그래도 사소한 것 하나라도 두고 가면, 불편한 점이 많으므로 잘 챙긴다. 짐을 카운터에 보관하고, 마지막으로 공짜 커피 한 잔을 주문하여 마신다. 썬 호스텔은 좀 작아서,  호스텔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장점이 있다. 

 

     짐을 정리하고 시간이 남아서 나 혼자 호스텔 주변의 나폴리항구를 산책하러 나간다. 나폴리항구에는 5척 이상의 아주 큰 크루즈선들이 정박해 있고, 항구에서 카프리 등 해안을 여행하는 배들이 있다. 아주 큰 지하도가 있어서 자세히 보니 무니치피오 역 입구인데 엄청 크고, 한국에서는 5성급 호텔 로비에서나 사용하는 아주 비싼 돌로 외부를 장식했다. 천천히 걷다 보니 누오보 성을 지나서, 갤러리아 움베르또 프리모에 다시 갔다. 명품거리를 산책하고, 숙소로 가는데 비가 조금씩 오나 싶더니 점점 많이 온다. 내가 언제 나폴리에서 비를 맞으면서,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행복한 마음으로 비를 맞으면서 천천히 걷고 싶은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서둘러서 빨리 걷는다. 옷과 신발은 다 젖어서 축축하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원영이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눈을 붙이고 있다. 11시 50분에 썬 호스텔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가리발디 역으로 출발한다.

 

로마로 이동

       무니치피오 역에서 티켓을 구입하면서 5유로 동전을 1유로 동전으로 착각하여 지불한 것을 알고, 직원에게 말을 하니 그제야 본인도 몰랐다고 하며 다시 계산하여 차액을 받았다. 우리야 남의 나라 동전이라 잘 모르지만, 역 직원은 돈을 받고 내어주는 것이 직업이고, 더군다나 자기 나라의 동전을 모른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차액을 받았으니 그만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생기는 것이 또 여행이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버스가 들어와서 나가는 구조를 파악하고(우리나라 버스터미널은 행선지의 버스가 지정된 번호의 정류장에 들어와 정차하여 승객을 기다리는데, 나폴리는 회전식으로 된 곳으로 버스가 들어오면 승객들이 알아서 버스를 타야 한다.), 카페에서 치즈와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물을 구입하여, 먹으면서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버스 도착시간이 임박하여 원영이가 메일을 확인하니, 1시 38분으로 도착시간이 지연됐다는 메일이 왔다. 휘릭스 버스는 유럽의 다양한 나라들을 다니는 아주 긴 노선이라, 기사도 2명이 타고, 도착시간도 지연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휘릭스의 개구리색 버스가 들어와서 확인하니 우리가 예약한 버스이다. 짐을 버스의 화물칸에 넣고, 우리가 예약한 버스의 맨 앞 좌석에 앉으니 기사가 본인 자리니 뒤에 앉으라고 하여, 예약한 좌석번호를 보여주니, 기사가 확인을 시켰는데, 기사가 말한 대로 기사의 뒷좌석이다. 꿍얼대며 앉아서 가는데, 버스의 내부 온도가 너무 더워서 확인하니 28도라고 전광판에 나온다.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달라고 요구하니, 에어컨이 망가져서 본인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로마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너무 더워서 짜증이 난다. 아주 작은 키의 뚱뚱한 아주머니가 기사에게 오더니 큰소리의 이태리 말로 기사에게 컴프레인을 한다. 기사는 변명을 하면서, 아주머니를 달래서 자리로 돌려보낸다. 

 

         

볼보 버스 수리센터

        3시 20분쯤에 버스가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서 좁은 길로 들어가니, 멀리에 볼보 버스, 트럭 서비스센터 간판이 보인다. 뭔가 버스에 있는지 정비소에 들어가서 정차를 하니 승객들이 모두 내린다. 우리도 내리니 바깥은 너무너무 시원하다. 기회다 싶어서 얼른 화장실을 다녀온다. 이태리나 유럽에서는 공짜 화장실이 보이면 무조건 다녀와야 한다.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일을 보고, 개운한 마음으로 나오니, 원영이는 키가 크고 아주 새까만 사람과 웃으면서 대화를 한다. 나에게 소개를 하는데 세네갈에서 온 "라민"이라는 친구이다. 내 머리 하나만큼 더 큰 키에, 아주 새까맣다. 나는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면서, 사진 한 컷 찍자고 제안을 하니, 흔쾌히 허락을 하여, 내 평생 처음으로 흑의 손도 잡아보고, 사진을 찍은 다음에 포옹도 했다. 라민은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 간다고 하여, 자세히 보니 라민이 입은 옷과 벨트, 구두 등이 다 명품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라민에게 너 패션모델이냐고 물어보니, 아주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모델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둘이 큰소리로 웃었다.

 

      버스 엔진에 컴퓨터 같은 기계를 대고 계속 점검을 하는데, 4시가 지났는데 고장 원인도 모른다고 기사가 말한다. 버스 기사가 승객들을 빙 둘러 모으고, 자신은 가운데에서 이태리 말로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우리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들어서, 라민에게 영어로 물어보니 이곳을 지나가는 다른 버스가 와서 승객 중의 일부만 태워서 가고, 나머지 승객은 계속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참고로 기사는 영어를 전혀 모른다. 승객들은 계속 웅성웅성 방언으로 떠든다.  

 

       4시 20분에 밀라노행 휘릭스 버스가 와서, 라민을 포함하여 승객 20여 명을 태우고 떠나고, 우리는 남아서 계속 기다린다. 라민과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남은 승객들끼리 모여서 마치 대모라도 할 듯이 또다시 웅성댄다. 잠시 후에 기사가 다시 승객들을 모으고, 승객들 가운데서 이태리 방언으로 떠들어댄다. 라민은 아까 떠났으므로, 다른 승객에게 물어보니 약 40분 후면 수리가 된다고 알려준다. 4시 58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에어컨이 정상으로 작동하는지 좀 시원하지만, 그래도 뭔가 좀 이상하다. 내부 온도가 24도로 나오는데,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많이 내리고, 해가 떨어져서 좀 시원해진 것 같다. 또 하늘에는 구름도 많이 끼어있다.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은 선풍기 바람 수준이다. 어쨌든 나는 이태리에서 마지막 일정지인 로마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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