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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베트남 여행 : 베트남 이발소에서 이발하기

by 태풍이분다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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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 : 베트남 이발소에서 이발하기

카페에서 나와 호텔 주변을 어슬렁대며 돌아다닌다. 내 혼자이면 좀 졸릴 텐데, 지금은 내 똘마니가 둘이나 있으니, 나는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걷는다. 마을에 개천이 흐르는데, 물은 지저분하고, 적당히 큰 연못이 있다. 시장을 둘러보다가 바나나를 2만 동을 주고 1덩어리를 구입하여 순식간에 2개를 먹는다. 값이 싸서 그런지 더욱 맛있다. 베트남에 왔으니 제일 싼 바나나를 실컷 먹으리라 생각한다. 
 
골목에 이발소가 있어서 보니, 이발을 하려고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이 있다. 돌아다니면서 이발소를 보니, 나도 이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내 머리에 들어온다. 나는 한번 생각하면 반드시는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일은 하는 성격이다. 낯선 타국 베트남에서 이발을 하고 싶은 생각이 내 머리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이발소에도 손님들이 이발을 하려고 대기를 한다. 순간 나는 베트남에서 이발소를 차리면 떼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살아있는 동안은 누구나 한 달 또는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이발을 해야 한다. 가끔은 이발을 안 하고 기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예외이다. 또 이발 기술은 한번 배우면 평생 사용이 가능하고, 이발소를 차리는데 큰돈이 들지 않는다. 사람은 기술을 하나 배우면 평생 먹고사는데 필요한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나도 한국에 가서 미용기술을 배워서 미용실을 차릴까 생각을 하는데, 영재가 내 환상을 깨고, 다음 주가 설(베트남어로 뗏)이라, 이발을 한다고 나에게 알려준다.

아! 맞다. 
 
역시 이름이 중요하다. 영재는 역시 영재이다. 그러니 머나먼 타국 땅에 와서 사업도 잘하는 것이다. 내 할아버지도 내 이름을 영재라고 지어주셨으면, 나도 영재처럼 영재가 됐을까? 생각을 하지만 나는 아마도 이름은 영재이지만, 좀 모자랐을 것이다. 그러면 영재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그래 할아버지께서 다 아시고, 지금의 내 이름을 지으셨을 것이다. 
 
이발소는 여러 개 있는데 모두 이발을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발하는 것을 포기하니 마음이 편하다. 나도 서울에 가면, 내가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에 이쁜 미용사가 있다. 서울에 가서 이발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털레털레 걸어가는데, 한 이발소에서 손님이 일어나서 나가는데, 대기자가 없다. 나는 또 마음을 바꾸어서 이발을 하기로 생각하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들어갈까 봐, 얼른 이발소로 들어간다. 


베트남 이발소에서....


 
이발소로 들어가니 좀 많이 지저분하다. 나가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 이발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발사에게 내 머리를 맞긴다. 영재에게 이발 전과 후의 증거사진을 부탁하고, 이발사의 지시에 따라서 의자에 앉아서, 좀 지저분한 이발사에게 머리를 잘린다. 긴장되지만 억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어느새 머리를 다 자르고, 면도를 할지 말지를 물어봐서, 면도는 안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좀 무섭다. 아주 날카로운 면도칼로 내 목에 있는 털을 자르다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내 목을 자를까 봐 좀 겁이 났다.  

 

포커페이스 : 본인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표정으로, 포커를 할 때 자신의 패를 상대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표정을 바꾸지 않는데서 유래했다.
 
비용은 4만 동이다. 좀 바가지를 쓴 느낌이다. 나도 이제는 베트남의 물가를 감으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생각이 맞다면, 3만 동이 이발 비용이다. 아니면 말고, 내 생각이다.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어디서 왔냐고 영어로 물어본다. 코리아 박항서의 고향이라고 말을 하니 아주 좋아한다. 박항서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이다. 며칠 전에 내가 사파에 여행을 갔을 때, 태국에서 열린 베트남과 북한의 경기에서 베트남이 북한에게 2:1로 졌지만,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이다.

 

베트남의 이발사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알고 있으니, 내가 코리안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어느새 우리의 베트남 여행도 마무리를 해야 할 날이 점점 다가와서, 바로 코 앞에 있다. 타국에서 이발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멋진 베트남 이발사가 내 머리를 잘 손질했으니, 이제 나도 고향에 가서 설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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