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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미국 여행 12(버지니아 샬러츠빌)

by 태풍이분다 2024.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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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작게 노크 소리가 들려서 손주가 노크를 하나 하고 문을 여니, 사위가 학교에 간다고 인사를 한다. 6시쯤에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다. 8시 20분에 노크 소리가 들리고, 손주가 방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 손주는 잠이 덜 깬 상태로 나를 보더니, 아주 반갑고 행복하게 웃는다. 나는 더 행복하다.


 
집안의 왕인 손주가 일어나야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나는 주방에 가서 커피를 내려서 딸과 마님께 드리고, 설거지를 하고, 마님과 딸의 식사를 차려주고, 나는 계란프라이에 오징어채 볶음을 넣고 참기름을 살짝 둘러서 아주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고, 베란다에 둔 리치먼드 라거 비어를 1병 챙겨서 방으로 들어간다. 
 
비염이 좀 나아서 살만하니 또 술 생각이 난다. 비빔밥을 먹으면서 리치먼드 라거 비어를 맛나게 먹는다. 맥주를 절반쯤 마셨는데, 밖에서 딸이 맥주 1병이 업어졌다고 소리를 지른다. 아마도 아버지 혼자 방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딱 걸렸다.

루레이 석회암 동굴


 
하도 어이가 없어서 거실로 나가니, 딸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손주가 손으로 베란다의 맥주를 가리켜서 보니 맥주 한 병이 없다고 한다. 내 손주가 명탐정 코난이다. 아마도 손주는 내가 베란다에서 맥주 가져가는 것을 본 듯하다.
집에는 어린아이가 있어야 웃음이 있고, 행복이 있다.
 
저녁 메뉴로 칠리새우를 만들려고 냉동실에서 새우릴 꺼내서 녹이고, 소스를 만들 파, 양파, 마늘을 다듬어서 기름에 볶고, 케첩을 충분히 넣고, 칠리소스 조금, 설탕도 조금 넣어서 소스를 완성한다. 쌀도 씻어서, 불려서 밥을 한다. 


루레이 석회암 동굴


 
손주를 재우고 나온 딸이 시끄럽다고 나에게 한소리 한다. 나는 못 들은 척하고 계속 음식을 만든다. 만일 내가 변명을 말하면, 딸은 나에게 더 큰 공격을 할 것이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다 해결된다. 만일 내가 변명을 하는 순간 딸은 1분에 10,000발이 나가는 최첨단 발칸포로 나를 공격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벌집이 돼서 시체도 없이 죽을 것이다.
 
내가 참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집안에 참평화가 깃든다. 20시간이나 비행해서 온 타국 땅에서 딸과 싸워봐야 뭐가 좋으랴. 어차피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여 싸움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해동된 새우를 올리브 오일에 튀겨서, 미리 만들어 둔 소스에 넣고 버무려서 칠리새우를 완성하여, 마님과 딸에게 드시라고 내주니 아주 맛있다고 칭찬을 한다. 


버지니아 대학교


 
딸은 나에게 소스 만드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비법이 없다. 그저 유튜브에서 이분 저분 유명하신 분들의 레시피를 보고 나에게 맞게 조합을 해서 만드는 것이 내 비법이다. 비법이 없으니 알려줄 수 없어서, 안 가르쳐준다고 하니 딸이 치사하다고 꿍얼댄다. 할 수 없이 케첩을 좀 많이 넣었다고, 없는 비법을 만들어서 알려주니 딸이 좋아한다. 
 
내가 참으면 가정의 평화가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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